아이의 상상력은 낯설고 오래된 것을 마주할 때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정돈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아이에게는 ‘버려진 장소’가 오히려 상상력과 창작의 자극제가 된다. **어반 익스플로레이션(Urban Exploration)**은 원래 폐허가 된 장소, 오래된 건물, 쓰이지 않는 구조물 등을 관찰하고 탐험하는 활동으로, 성인들의 도시 탐방 콘텐츠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미술 교육에 도입하면, 아이의 관찰력, 감성, 이야기 구성력, 미적 감각을 전방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실제 사용되지 않는 공간(예: 폐놀이터, 옛 건물, 오래된 창고, 방치된 기차역 등)을 기반으로 한 아동 창의미술 수업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아이는 잊힌 장소를 ‘다시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공간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이를 미술로 재해석하면서 자신의 상상세계를 표현하게 된다.
아이가 ‘버려진 공간’을 해석하는 방식은 어른과 다르다
어른은 버려진 공간을 볼 때 흔히 ‘위험하다’, ‘쓸모없다’고 판단하지만, 아이는 그 속에서 이야기, 감정, 가능성을 읽어낸다. 깨진 유리창 너머로 모험을 상상하고, 녹슨 철문에서 시간을 느끼며, 텅 빈 놀이터를 ‘마법이 잠든 곳’으로 해석한다.
아이에게 폐허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그건 ‘비어 있는 공간’이며, 따라서 무엇이든 상상하고 창작할 수 있는 여백이다. 이는 창의성 교육의 핵심 개념인 ‘상상의 틀 깨기(Thinking Outside the Box)’와도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일부 미술교사와 창의예술교육 연구자들은 “아동기에는 완성된 것보다 불완전한 것이 더 큰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강조한다.
아이와 함께 버려진 장소의 사진을 관찰하거나, 실제 폐허에 인접한 공공 공간(폐놀이터, 오래된 운동장 등)을 방문해보면, 아이는 그 공간에 대한 독창적인 감상과 해석을 그림, 색, 텍스처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단순히 ‘그리는 것’을 넘어서 공간을 상상으로 재구성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작의 확장 경험이 시작된다.
어반 익스플로레이션 기반 아동미술 수업 아이디어 6가지
아래는 실제 미술 수업이나 방과후 프로그램, 창의성 캠프 등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어반 익스플로레이션 기반 창의미술 활동이다. 모두 아이의 자율성과 해석 능력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 폐허 사진 보고 나만의 도시 재구성하기
버려진 창고, 폐기차역, 낡은 놀이터 등의 사진을 보여주고, 아이가 그 공간을 ‘내가 다시 꾸민다면?’이라는 주제로 상상해서 그려본다. 재구성 능력 + 도시 감각 + 공간 창의력 발달. - 폐공간 속 미스터리 찾기: 이야기 그림책 만들기
버려진 장소의 사진 속 사물(예: 낡은 그네, 꺼진 가로등)을 중심으로 “이건 왜 여기에 있을까?”를 아이와 함께 상상하고, 짧은 이야기와 함께 그림책으로 엮는다. 스토리텔링과 시각 표현력 결합 활동. - 버려진 장소를 다시 살리는 마법의 색채 수업
검정/회색 톤의 장소 사진을 프린트해서, 아이가 색연필로 ‘다시 살아나는 공간’을 그려넣게 한다. 색의 상징성과 감성 표현력이 향상된다. - 마법의 폐건물 입체 만들기(페이퍼 아트)
버려진 장소를 소재로 종이상자, 박스, 재활용 재료를 이용해 나만의 입체 건물을 만들게 한다. 조형력과 구조적 사고를 동시에 자극. - 사운드 아트 연계: 폐장소의 소리 상상하기
해당 공간에서 들릴 법한 소리(바람소리, 삐걱이는 철문, 고양이 울음 등)를 상상하고, 그 느낌을 선이나 색으로 표현한다. 감정 해석 + 시청각 통합 표현 활동. - ‘폐허 속의 나’ 자화상 그리기
아이에게 “이 장소에 내가 있었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게 하고, 장소 + 자신의 캐릭터를 동시에 표현하게 한다. 감정 이입과 자아 표현력 증진.
이 활동들은 단순히 그리는 것을 넘어서, 공간을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고차원적 사고와 상상력, 감정 표현 능력까지 함께 발달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형 수업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탐방 없이도 가능한 어반 익스플로레이션 아동미술 수업 설계법
실제 폐허 장소에 아이를 데리고 가기 어려운 경우, 탐방 없이도 어반 익스플로레이션 기반 미술 수업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다음은 교사나 부모가 실내에서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팁이다.
- 고화질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 활
- 용
구글 스트리트뷰, 다큐멘터리, 폐건물 탐방 영상 등을 아이와 함께 관찰하면서, “이건 뭐 같아?”, “이 장소는 어떤 느낌이 들까?”라고 질문하며 상상력을 유도한다. - 현실 속 ‘작은 폐허’ 찾기
학교 뒷편 오래된 창고, 쓰이지 않는 자전거 보관소, 방치된 교실 등 가까운 곳에서 아이의 시선으로 낯설고 흥미로운 공간을 찾아보게 한다. - 이미지 콜라주로 새로운 장소 만들기
잡지, 인터넷 이미지 등을 오려서 조합해 ‘나만의 도시’나 ‘버려진 마을’ 등을 창조해보는 활동. 현실과 상상의 결합 훈련에 적합하다. - 스토리텔링 요소 삽입
수업 전 ‘이 공간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라는 간단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면, 아이는 훨씬 적극적으로 감정을 이입하며 창작에 몰입한다.
이렇게 설계된 수업은 탐험, 상상, 예술, 감정 표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미술 수업의 깊이와 몰입도를 크게 높여준다.
어반 익스플로레이션 미술 수업의 효과와 확장성
어반 익스플로레이션 기반 아동미술 수업은 단순히 창의적 재미를 주는 것 이상으로, 아이의 전반적인 인지 및 정서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 상상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 향상
버려진 공간을 재구성하면서 아이는 ‘없던 것을 상상해 만드는’ 창의적 사고 훈련을 반복하게 된다. - 감정 인식 및 표현 능력 강화
공간의 분위기에서 감정을 읽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감정 어휘력과 공감 능력이 자라난다. - 자아 정체성과 표현력 향상
"내가 그 공간에 있다면?"이라는 활동은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를 장소와 연결지어 바라보게 하며, 자기 인식을 깊게 해준다. - 융합 교육 확장 가능성
이 수업은 미술과 국어(스토리텔링), 과학(공간 구조), 음악(소리 상상) 등 다양한 교과와 융합이 가능하여 STEAM 교육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처럼 어반 익스플로레이션은 단순한 공간 탐방이 아니라, 아이의 감성, 창의성, 사고력, 표현력을 통합적으로 성장시켜주는 아동미술 교육의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